하늘과 땅 사이의 이야기,
바다를 담다
사진가 박일구가 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논, 밭, 산, 갯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차 식량의 생산지. 바다 자체가 디자인이고, 설치이며, 우리들 삶의 편린이기에 눈으로 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부르게 하고 싶었다. 그는 스스로를 문화농부라고 부르며 바다를 통해 든든한 문화를 생산하는 건강한 일꾼이기를 자처한다. 그렇기에 그가 담아낸 바다에는 차가운 색채와 형식적 간결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이 세심하게 녹아있다.
그가 찍어낸 바다는 사진이기를 거부한다. 현상을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건조함에 우리 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 서정적인 따뜻함을 더했다. 사진이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작업으로 옮기는 일루전이라면 그는 단순한 평면 작업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모네의 그림 속에 표현되는 바다의 일렁임처럼, 또는 동양화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운 여백처럼 고요하고 거대한 바다를 추상적이고 미니멀하게 담아냈다.
미학 및 사진 비평가 박평종은 박일구의 바다에 대하여 “거친 자연과 싸워온 사람들의 삶이 남겨놓은 투박함보다는 여전히 잔잔하고 안온하며 서정적인 향취가 풍긴다”고 하며, “바다에서 풍경을 보려는 태도를 버리고 인간의 삶을 보려는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평했다. 수년간 남도 문화의 아름다움을 열심히 일구어낸 문화농부 박일구가 이제는 바다를 통해 역사와 사람, 그 안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기로에 서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사진에는 아침 공기와도 같은 청량감이 넘친다.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새벽 혹은 하루가 끝나가는 해질녘에 이루어진다. 켜켜이 녹아있는 삶의 흔적들이 더 와닿기 때문일까. 이러한 삶의 흔적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바로 팽팽한 공기감이다. 바다위에 잔존하는 대기감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대자연의 리듬에 맞춰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지금 그는 더 깊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그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비단 바다 뿐만이 아니다. 바다가 있고, 바다 위 하늘이 있으며, 깊은 바다 밑의 거대한 생명력이 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를 덮고 있는 하늘과 땅의 이야기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가 박일구가 일구어낸 바다가 사람들의 허기진 눈을 행복하게 채워줄 소중한 양식임에 틀림없다.